본문 바로가기

교육

대한민국 교육이 결코 바뀌지 않는 이유

교육은 방대하다. 교육문제는 따라서 결코 단순하고 일차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 문민정부 이래로, 다양한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정책과 시도들이 있었다. 개혁과 혁신이라는 단어 그리고 신교육이라는 용어들을 써가며 대중들에게 변화의 가능성을 느끼게끔 하는 이미지를 전파했다. 그러나 정작 사교육 시장은 점점 더 증식하고 있고 그것에 대한 학생의 의존도 또한 끊임없이 증가하고 지속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라는 변수가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공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일으켰고, 그 빈틈을 채우기 위해 학생의 사교육 의존도는 그 어느 때보다 치솟았다. 마찬가지로, 입시 위주의 교육 또한 변함없이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심지어 초등학교 때부터  이른바 명문대 입학을 위한 그룹 컨설팅을 시작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현재 2022년에도 고스란히 진행 중이며, 바뀔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이미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 중 대부분은 대한민국 교육과 체계가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학계나 대중이나 마찬가지일 터이다. 심지어 정치가들도 한목소리로 교육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2021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로 붐비는 밤 10시 대치동 거리

그러나, 그것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은 바로 바뀌지 않는 성질, 즉 '불변성'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전문가와 많은 사람은 대한민국에 교육의 문제와 대학 구조의 서열화 그리고 입시문제 등을 비판한다. 더 나아가 해결책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진정한 교육과 교육 체계를 구축하려는 열성적인 의지를 표출하는 지식인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잠깐 반짝이는 폭죽과 같아, 한 번 반짝 터지고 나면 필연적으로 사라지며, 어떠한 특정한 시간에 또다시 다른 지식인이 다른 이론과 설명으로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을 짚고 대안을 제시한다. 이것이 무한 반복된다.

 


우리는 바로 여기에서 잘못된 접근 방법을 반복하고 있으며, 불변성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다시 말해, 왜 바뀌지 않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왜 바뀌어야 하는지보다 더 선행적으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야한 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정책 결정은 내가 조금 약하게 비율을 분배하더라도 약 70%가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의제와 정책형성의 과정은 국회, 교육부 장관 등을 거쳐야겠지만, 대통령의 정책 결정 권한은 세계 어디를 보아도 대한민국이 압도적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 민주주의의 70% 정도밖에는 도달하지 못한 듯 보인다. 왜냐하면, 시민사회단체가 교육정책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한정 의견을 제시할 순 있어도, 그 의견이 정책으로 수렴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학부모들의 입김이 현실적으로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학부모라는 집단은 한가지의 공통 된 대의로 뭉쳐 활동하는데, 그것은 자기 자식의 명문대 입학이라는 목표 달성이다. 따라서 그들은 교육의 공공성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불이익으로 최대한의 학벌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만 몰두한다. 다시 말해, 다른 학생들이 교육과 스트레스 때문에 고통을 받든 자살을 하든 그것은 나라에서 걱정할 것이지 나는 우리 자식들을 명문대에만 보내면 그 임무는 가히 성공적이다.

 

 

물론, 사회 구성원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책임지어야 할 의무는 없다. 그것은 정부나 관료 본연의 책임과 의무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인생은 개인이 책임지어야 한다는 개인환원주의적인 말도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진정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여정에서, 국가의 의무는 명확해야 하고 실질적이어야 한다.

 

전 교육부 장관 유은혜

OECD 국가 중 대한민국 청소년의 자살률은 거의 매년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자살의 이유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이다. 이것은 자살이 아닌 교육에 의한 타살이라고 설명해도 무방하다. 

 

2013-2016 청소년 죽고 싶은 이유 분류

 

나는 교육이 바뀌지 않는 이유가 5가지로 본다.

1. 정책결정자의 의도적 무위
2. 대학교의 경로 의존성
3.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비저항성
4. 학부모 집단의 광분
5. 교육 문제에 대한 잘못된  접근 방법

 

첫번째로, 정책결정자의 의도적 무위는 단순하다. 문제가 골치 아프거나, 조금이라도 자기에게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예 정책을 의제로 형성하지 않음으로써 그것을 무마하는 행위이다. 즉, 교육문제가 까다롭기 때문에 그것을 꺼리고 의도적으로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본인에게 무탈하고 해가 없는 정책들만 선정하여 그것을 시행한다고 볼 수 있다. 차라리 무능이라는 소리를 듣는것이 그들에게는 더 수월하다.

 

 

두 번째로, 대학교의 경로 의존성에 있다. 즉,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과 절차 그대로 그것을 유지하고 고수하려는 성향이다.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대학일수록 기존의 경로 의존도가 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듯 보인다. 등급과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관행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은 대학교의 이러한 경로의존도의 고착화가 얼마나 심각하게 되어있는지를 보여주는 사실이다.

 

 

세 번째로,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비저항성에 있다. 그들은 현 교육과 체계에 의해 가장 일차적으로 영향을 받는 집단들이며, 교육의 주체이다. 하지만 그들은 체념, 수용, 감내, 합리화를 거치면서 기존 교육과 체계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하려고 하는 습성이 강한 편이다. 즉, 입시위주의 교육과 관련 체계 제도에 상당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지만 그것에 저항하거나 거부하는 움직임은 절대적으로 미미하다. 자칫 그러한 결정을 하여 행동으로 표출하였을 때, 자신이 겪어야 할 앞으로의 불이익과 사회로부터 전가 받는 이미지에 큰 두려움을 느껴, 체념하고 그것에 순응하는 편이다.

 


네 번째로, 학부모 집단의 광분에 있다. 여기서 말한 학부모는 주로 중산층 이상의 학부모로서, 자기 자식들을 명문대에 입학시키려고 엄청난 사교육비와 컨설팅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집단이다. 이것은 '광분'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듯 보인다. 기를 써서 자식들을 명문대에 입할 시키려고 하는 모습에서 그리고 그것에 대한 집착이 심할수록 더 강렬한 광분적 에너지가 표출된다. 그 에너지는 사회에 점점 퍼져 정책을 결정하는 지도부에 까지도 그 여파가 전해진다. 교육에 대한 '실세'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러한 학부모 집단은 교육이 바뀌는 것보다, 자식 명문대 진학에 몰두해 있고 또 그러한 능력과 에너지를 겸비한 집단 이기에, 교육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사회의 많은 에너지와 움직임들은 그들의 파워에 잠식당한다.

 

대학 입시 유명 컨설팅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전국의 학부모 줄


다섯 번째로, 교육문제에 대한 잘못된 접근 방법에 있다. 앞서 말했다시피, 대한민국 교육에 문제점과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논문 그리고 자료들은 넘치고 넘친다. 그러나 정작 바뀌지 않는 이 성질, 즉 불변성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하여 연구하는 논문들은 절대적으로 적다.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점은 초등학생도 언급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이면서 원론적인 문제제기이다. 마찬가지로,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과 연구들 그리고 교육에 대한 막대한 수의 논문들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입시위주의 교육이라는 문에 흠집을 내지 못했다. 결국, 접근방법이 잘못 된 것이다.

 

 

종합해 보면 총 5가지의 원인이 대한민국 입시위주 교육을 존속시키는 기제라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과학에서는 '관성'이라는 성질이 불변성의 핵심적인 하위 성질인데, 이것은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성질이다. 결국 모든 것은 그대로이며, 바뀌지 않는다.

 

1999 박하사탕 설경구 철도 장면

 

이제 불변성이라는 성질이 대한민국 교육의 변화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명확해 졌다. 불변성을 변성을 바꾸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접근하여 이루어 낼 것인가가 대한민국 교육문제를 푸는데 핵심 중에 핵심이 될 것이다. 이 일은 지혜롭고 참신하게 하지만 과감함을 요구한다. 따라서 교육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이상하지 않다.

 


아, 대한민국 교육혁명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것은 김누리 교수가 제안한 아래 4가지이다.

1. 대학 입시 폐지 (고등학교 졸업 시험)
2. 대학 서열 폐지 (국립대학 네트워크화) 
3. 대학등록금 무상화
4. 자사고 폐지

 

2021 김재연 후보 공약발표 중

이것은 대한민국 교육문제가 결국 입시로 환원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명문대의 병목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직시한 것이다. 교육문제는 방대하기 때문에 한 번에 그것을 해소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기 4개의 제안은 대한민국 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인 고등학교 입시위주 교육과 사교육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본다.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에 해결해야 할 다양한 교육 관련 문제가 있더라도,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큰 불을 끈 다음 작은 불을 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이루는 방안에 대해 연구해 보자.